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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리안-비스트


20년 동안 고향에서 한 발짝도 나가본 적 없는 부산 촌놈은 살아남기 위해 서울로 향했습니다. 서울로 가면 '평균'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 배웠기 때문입니다. 촌놈이자 어린 서울리안-비스트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서울에서 참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. 그리고 짐승이 되어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.

눈알이 빠질 정도로 밝은 불빛이 어딜 가든 밤새도록 켜져 있는 화려한 도시. 그 도시를 채운 수많은 서울리안-비스트들. 다들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들고 있습니다. 주변 사람들이 명품을 적어도 하나씩은 들고 있기에 산 것입니다. 그게 ‘평균’이고, 나도 ‘평균’은 하고 싶으니까 산 것입니다. 하지만 아직 명문대 졸업장도 따야 하고, 대기업에 취직도 해야 하고, 서울에 집도 사야 하고, ‘평균’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합니다. 근데 루이비통을 사느라 돈을 다 써서 이번 달은 4,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매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.

본인에게 강요하는 그 ‘평균’은 사실 평균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것입니다.

서울리안-비스트는 '평균'에 자신을 맞추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. '평균'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 한국 사회는 따가운 시선을 보냅니다. '평균'을 향해 노력하는 것만이 답이라고, 그것에서 멀어질수록 너의 미래는 불안해진다고 말합니다. 그 말을 믿으면 서울리안-비스트로 변하게 됩니다. 하지만 ‘평균’이라는 자리는 한정된 것입니다. 서울리안-비스트로 변한 사람들은 서울로 올라와 서로 ‘평균’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.

모두에게 서울리안-비스트로 변하도록 강요하는 이 한국 사회는 모순되었습니다.

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. 내 개인적인 경험은 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.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도 없습니다. 나는 아직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. 단지 망가져 버린 한국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울리안-비스트의 아름다운 노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. 나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자신의 삶에 대한, 한국 사회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.